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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관리하지 않는 정원은 의미가 없다.2020-11-01

“쓰임새 있는 조경, 함께 가꾸는 정원”


“이 모든 일들이 나에겐 한 길이었다”


조경의 쓰임새
갈수록 더 높게, 더 화려하게, 더 특별하게 지어지는 건물들. 그만큼 건물의 쓰임새도 더 좋아졌을까? 그렇다면 조경은 어떠한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일어나는 정원박람회와 존치되는 정원들. 제1회, 제4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현재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김승민 박사는 공공정원, 조경공간의 ‘쓰임새’에 대해 생각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원이나 공원의 기능은 무엇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곤 하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힐링과 쉼, 예쁜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꽃을 보고싶다’는 대답이었다. 김 박사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서 너무 멀어진 것은 아닌지, ‘예술’, ‘디자인’, ‘작품’이라는 단어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고민한다. 정원의 기능이란 무엇일까? 식물은 죽어버렸고, 쉴 수 있는 의자 하나 없으며, 디자인은 화려하나 기능이 없는 구조물만이 들어서 있다면 그것은 조경공간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한다.



 
사람들은 정원에서 봄에는 봄꽃, 여름에는 여름꽃, 가을에는 가을꽃을 보고 싶은 것인데 우리가 만드는 정원은 가을에 만들었다면 가을꽃만 심고 끝이다. 모든 디자인에는 가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공공정원이라면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김 박사가 조경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물’이다.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공간이 얼굴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식물의 존재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설계하고 시공을 하는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이, 이 식물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다. 반짝하고 다 죽어버리는 ‘쇼’가 아닌,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유지관리가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식물선정과 시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조경학과에서 식물생리에 대해 보다 자세히 배울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식물을 알아야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에 그렇다. 실제로 김 박사는 학교에서 식물생리 수업만 세 번을 들었다고 한다. 식물의 생리와 함께 식재시공과정도 중요하다. 하부구조만 제대로 조성해도 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의외로 많다. 김 박사의 손을 거친 공간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전한다. 긴 생명력을 가지고 유지되는 이유 또한 식물에 대한 남다른 지식 때문이기도 하다. 계절별로 식물들은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며 다른 경관을 만들어낸다.




 
조경공간은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조화로운 것이며, 조화로운 것은 안정적인 것이다. 과한 설계, 엉성한 시공으로 하자가 나고 몇 년 안에 폐허가 될 것 같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구리갈매 푸르지오 작가정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볼 수 있는 수종들로 풍성한 식재가 다채롭고, 여러 겹 중첩돼 있다. 다른 계절에는 다른 식물들을 볼 수 있다. 




구리갈매 푸르지오 작가정원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정이 넘치는 정원’. 공간을 이용하는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됐다. 실제로 단지내 어린이집에서 자주 소풍을 나오기도 한다.




정원의 쓰임새를 생각하다보면 유지관리에 대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김 박사는 “관리하지 않는 정원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난 뒤 정원을 다시 찾아가보면 그 정원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겨울이어도 식물이 살아있다면 그 흔적이 남아있고,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면 알고 느낄 수 있다고.




 
내가 만든 공간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
김 박사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은 현장을 찾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한다. 도와 도를 넘나드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김 박사가 처음 조경을 꿈꾸게 된 계기가 공간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잘 가꿔나가는 것을 본 다음부터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 황폐화된 공원과 정원을 목도할 때면, 설렘으로 선택한 이 전문분야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적은 비용으로는 더 나은 공간을 만들지 못하고 유지할 수 없다. 물론 혹독한 현실임은 인정하지만 김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문가의 태도라 말한다. ‘주어진 만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활용해 보다 어떻게 더 나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정원을 사랑하게 하는 법

구리갈매 푸르지오에는 ‘풍다듬’이라는 주민단체가 있다. 단지내 조성된 정원을 가꾸는 모임으로 ‘들락날락’을 모토로 한다. 누구든 부담 갖지 말고 참여하라는 의미도 있고, 정원에 자주 들락날락하라는 의미도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정원에 자란 잡초를 뽑거나 새로운 모종을 심기도 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흙을 만지고 물을 주고, 돌과 흙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구조물을 재정비하기도 한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정원봉사활동의 사진을 공유하며 입주자간 커뮤니티를 꾸려나가고 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