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더 높게, 더 화려하게, 더 특별하게 지어지는 건물들. 그만큼 건물의 쓰임새도 더 좋아졌을까? 그렇다면 조경은 어떠한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전국적으로 우후죽순 일어나는 정원박람회와 존치되는 정원들. 제1회, 제4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작가정원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현재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김승민 박사는 공공정원, 조경공간의 ‘쓰임새’에 대해 생각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원이나 공원의 기능은 무엇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곤 하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힐링과 쉼, 예쁜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꽃을 보고싶다’는 대답이었다. 김 박사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서 너무 멀어진 것은 아닌지, ‘예술’, ‘디자인’, ‘작품’이라는 단어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고 고민한다. 정원의 기능이란 무엇일까? 식물은 죽어버렸고, 쉴 수 있는 의자 하나 없으며, 디자인은 화려하나 기능이 없는 구조물만이 들어서 있다면 그것은 조경공간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한다.
사람들은 정원에서 봄에는 봄꽃, 여름에는 여름꽃, 가을에는 가을꽃을 보고 싶은 것인데 우리가 만드는 정원은 가을에 만들었다면 가을꽃만 심고 끝이다. 모든 디자인에는 가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공공정원이라면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김 박사가 조경공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물’이다.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공간이 얼굴을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식물의 존재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설계하고 시공을 하는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이, 이 식물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다. 반짝하고 다 죽어버리는 ‘쇼’가 아닌,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유지관리가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식물선정과 시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경공간은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조화로운 것이며, 조화로운 것은 안정적인 것이다. 과한 설계, 엉성한 시공으로 하자가 나고 몇 년 안에 폐허가 될 것 같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내가 만든 공간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김 박사는 일주일에 두 세 번은 현장을 찾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한다. 도와 도를 넘나드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김 박사가 처음 조경을 꿈꾸게 된 계기가 공간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잘 가꿔나가는 것을 본 다음부터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 황폐화된 공원과 정원을 목도할 때면, 설렘으로 선택한 이 전문분야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